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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즐거운 편지 - 황동규

by sungani 2014. 6. 7.
즐거운 편지 -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