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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13 강릉

2013년 08월 - 시편과 함께하는 1인여행(1/4)

by sungani 2013. 8. 30.

시편과 함께하는 1인여행 (2013.08.27~28)


#1. 여행의 시작

2013년의 여름방학.

많은 기대와 두근거림으로 시작했었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일로 인해 2달 반이라는 긴 시간을 참 힘들게 보냈다.


개강을 2주 남긴 어느날,

문득 방학을 돌아보니 특별히 기억나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7월은 거의 멘붕상태였고 8월은 수련회들로 채워져 있었으니..

물론 성경학교, 수련회들을 통해 하나님은 은혜주시고 위로해 주셨었지만,

잘 정리해내고 다시 마음의 힘을 얻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바로 1인여행 이었다.


그냥.. 바다가 보고 싶었다.

한동대에 다니던 시절, MT장소는 대부분 바닷가였기 때문에

나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생각을 정리하는 연습이 되어 있었던 것 같다.


밤에 모래사장에 앉아 찬양하고 주님과 대화하는 것.

낮에 드넓게 펼쳐진 바다를 보며 하나님의 광대하심을 경험하는 것.


그래서 목적지는 바다, 특별히 내가 좋아하는 동해쪽으로 잡고,

가면서 오면서 근처에 가볼만한 곳을 들르면 될 것 같았다.


여러가지 검색과 주위의 조언을 토대로 결정한 최종 코스는,

'대관령 삼양목장 -> 강릉 경포대, 경포호 -> 안목해변, 강릉항, 커피거리 -> 설악산 비룡코스' 로 1박2일에 걸친 코스였다.



#2. 여행의 테마

이번 여행은 어떤 테마를 가지고 여행하고 싶었다.

목표는 마음의 정돈과 새로운 힘을 얻는 것이었지만,

굳이 '힐링'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싶지는 않았다.


사실 혼자 여행하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군제대를 한 후 이듬해 겨울, 2박3일로 강원도 태백에 있는 예수원에 다녀왔었다.

그 때도 복학을 앞두고서 마음을 새롭게 하고자 갔었는데.. 

3일동안 '다니엘'서를 읽고 묵상하고 기도하면서 마음을 잘 다잡고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아주 감사했던 시간이었다.


그 때를 되돌아 보며.. 이번 여행의 테마를 생각하던 차에 문득 '시편'이 떠올랐다.


다윗의 외롭고 힘들고 험난했던 인생여정 속에서 늘 함께하시고 인도하셨던 하나님.

그 하나님에 대한 믿음의 고백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바로 그 시편!

이번 여행에 가장 어울리는 말씀이 될거라는 마음이 생겼다.


'시편과 함께하는 1인여행'


이번 여행의 테마였다.

하나님께서 내게 어떤 말씀들로 함께하실지 무지 기대가 되었다!



#3. 출발

아침부터 분주했다. 가장 먼저 서점에 들러서 시편 쪽성경을 사야했기 때문이다.

이 쪽성경이 없으면 여행의 의미가 없으니!




이번 여행의 가장 중요한 아이템인 시편 쪽성경!


원래 10시에 동서울 터미널에서 버스를 탈 계획이었는데,

아침에 꾸물거리고 -_-; 성경을 사는데 시간도 걸리고 하다보니 10시는 도저히 맞출 수 없어서

10시 40분 차로 계획을 급변경 했다.

그런데 터미널에 도착해보니 10시 40분차는 이미 매진ㅎㅎ

그래서 결국 11시 15분 출발 횡계행 버스 티켓을 끊었다.


원래 일정보다 1시간 정도 늦어지는 것이지만, 그래도 뭐 별 상관없었다.

정확히 맞추는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므로 :)



동서울에서 횡계까지는 약 2시간반에서 3시간이 걸린다. 버스 티켓을 끊으니 여행이 실감!


버스는 약 3시간을 내달려 횡계터미널에 도착했다.

일단 점심을 해결해야했는데, 강원도에서 유명하다는 감자 옹심이 칼국수를 선택했다.



횡계 시외버스 터미널. 서울처럼 복잡스럽지 않고 뭔가 정감이 있다.



강원도 음식인 감자 옹심이 칼국수. 맛은 그냥 밍숭맹숭 하지만 쫄깃하다.



#4. 대관령 삼양목장

첫번째 코스인 대관령 삼양목장은 횡계터미널에서 내려서 택시로 들어가야 한다.

택시 요금은 편도 13,000원으로 정해져 있다. (미터기를 누르지 않고 간다 -_-;)

동서울터미널에서 횡계까지 14,500원인데 삼양목장 왕복 택시비가 26,000원이라니;;


운이 좋으면 들어갈 때나 나올 때 근처 사람들과 카풀을 해서 택시비를 절약할 수 있지만,

내가 갔을 때는 사람이 없어서 눈물을 머금고 지불 ㅠㅠ



드디어 도착한 대관령 삼양목장!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600만평의 목장으로(양떼목장은 6만평) 풍력발전을 하고 있는 풍차가 53개나 된다고 한다.


규모가 어마어마 하기 때문에 일단 표를 끊고 들어가면 셔틀버스를 타고 맨 꼭대기 동해 전망대까지 올라간다.

거기서부터는 걸어서 내려와도 되고 중간중간 셔틀버스 승차장이 있어서 버스를 타고 내려와도 되는데,

나는 여유롭게 걸어내려오기로 했다.



오른쪽에 보이는 버스를 타고 동해 전망대까지 올라간다.



20여분간 버스를 타고 올라가 도착한 동해 전망대.


진짜.. 완전.. 최고였다.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은 광활함과 푸르름!

마음 속까지 깨끗하게 해줄 만큼 맑고 상쾌한 공기!


서울은 엄청나게 더웠는데 그곳은 얼마나 시원했는지!


다른 코스들도 다 좋았긴 하지만,

삼양목장 동해 전망대에서의 그 시원함은 이번 여행의 최고의 순간 중 하나였다.




난 바람이 될거야~ 이 대사가 절로 나옴ㅎㅎ





저 풍차가 엄청 빨리 돈다. 크기도 어마어마 하다ㅎㄷㄷ



동해 전망대에서 부터 내려오는 구간은 총 5개로 이루어져 있다.


1구간: 바람의 언덕

2구간: 숲속의 여유

3구간: 사랑의 기억

4구간: 초원의 산책

5구간: 마음의 휴식


각 구간 사이에 버스를 타고 내려와도 좋지만 너른 목장의 풍경을 따라 쭉 걸어내려오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연인끼리 손을 꼭 잡고 내려간다면 금상첨화!


정말 연인들, 가족들 단위로 온 여행객들이 많았다.

혼자 온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 

그래서 조금 흔들릴뻔 했지만;; 다시 마음을 잡고 걸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런 길들이 아주 잘 되어있다.


연인들 이씨 ㅠㅠ


내려가다보니 드디어 양들이 보인다.

역시 목장이니 양이 있어야지ㅎㅎ


버스를 타고 오면서 읽었던 시편 23편이 절로 생각났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 가로 인도하시는도다 - 시편 23편 1~2절






귀요미 양~ 착하게 생겼다ㅎㅎ


양들을 배경으로 나도 셀카를!ㅎㅎ


그리고 계속해서 쭉쭉 걸어내려온다. 

정말 시원하고 상쾌한 발걸음이었다 :)



사랑의 기억 구간에 있는 연애소설 나무. 영화 연애소설에 나왔던 나무라고 한다. 




야생화도 피어있고



너른 목초지



좁은 오솔길도



거울에 비친 나ㅋ



윈도우 배경화면 같은 느낌ㅎㅎ


처음엔 대충 둘러보면 되겠지 했었는데, 

보다보니 너무 좋아서 세시간이나 삼양목장에 머물렀다. 

사실 여유가 더 있었으면 한시간은 더 봤어도 좋았을만큼 멋진 곳이었다.


그런데 내려오는 택시 안에서 기사 아저씨께서 이런덴 혼자 오는거 아니라고 엄청나게 타박을 ㅠㅠㅠㅠㅠ

다음엔 꼭 여자친구를 데리고, 그 다음엔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오기로 아저씨와 굳게 약속을;;;


그래 그러자 :)




아.. 니들마저..............